2017년 9월 2일 토요일,
어제 반둥에 도착해 아리야두타 호텔에서 첫날 밤을 보낸 후 오전에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한 후 객실에 머물면서 차분히 휴식을 취합니다. 그냥 휴식을 취하는 게 아니라 호텔 와이파이로 인터넷에 연결해 반둥의 여러가지 생활 정보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여기 호텔에서 몇 일 지내는 동안에 가장 중요한 일은 1년 동안 지낼 주택이나 아파트를 구하는 일이예요. 이미 지난 6월초에 집사람과 같이 이 곳 반둥에 와서 아파트 세 곳과 주택 한 곳을 둘러본 결과 주택 보다는 아파트가 생활하기에 편리할 것으로 논의 되었는 바 오늘과 내일은 반둥에 있는 새로운 아파트들을 몇 군데 더 둘러 보려고 합니다.
일단 호텔 밖으로 나가면 인터넷 사용이 불가하기 때문에 호텔 근처 자그마한 가게에서 심카드를 먼저 구입합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 온 이 곳 학생들에게 연락해 본 결과 여기 반둥에서 가장 인기있는 통신사는 TELKOMSEL 회사라고 하네요. 이 회사의 SimPATi 심카드 중에서 한 달간 6GB 데이터 사용이 가능한 게 65,000루피아(한화 5천 5백원 정도) 이더군요. 6GB 중에서 실제 데이터는 4GB이고 나머지 2GB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용으로 사용 가능한 걸로 적혀있네요.
심카드에 여기 로컬 전화번호가 하나 부여되어 있으므로 집사람과 둘이서 각자의 심카드에 적힌 전화번호를 연락처에 저장을 합니다. 비상시에는 서로 전화 연락도 주고 받아야 하니깐요.
심카드 구입시에 할당된 데이터가 소진되면 뿔사(Pulsa) 라고 적혀있는 가게에 가서 원하는 금액만큼 크레딧을 충전한 다음 전화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직접 데이터 플랜으로 전환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제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 진터라 GPS를 활성화 한 다음 우버(Uber) 차량을 호출합니다. 이 곳 인도네시아에서는 우버(Uber)나 그랩(Grab) 서비스가 잘 되어 있고 가격이 저렴한 터라 따로 승용차 구입 없이도 시내 이동시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우버 승용차를 타고서 반둥 공대(Bandung Institute of Technology) 뒷편에 위치한 다고 부띠크(Dago Butik) 아파트에 도착해 마케팅 담당 직원을 만나보려고 하니 경비 직원이 인도네시아 말로 뭐라 하긴 하는데, 대충 짐작컨데 오늘은 토요일이라 일찍 오피스 문이 닫혔으니 다음에 오라고 하는 것 같더군요.
할 수 없이 도보 거리에 있는 다고 슈트(Dago Suites) 아파트로 이동합니다. 이미 6월 초에 둘러봤을 때 집사람이 맘에 들어했던 아파트로서 70제곱미터 크기의 유닛은 월세가 80만원 정도이고, 40제곱 미터 크기의 유닛은 월세가 50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이 나네요. 다시 한 번 마케팅 담당자를 만나 두 가지 평형의 유닛을 차례로 둘러본 다음 다시 들리기로 하고서는 아파트를 나섭니다. 월세가 비싸지만 침실이 두 개인 큰 평형으로 고를건가 아니면 원룸 형태의 작은 평형으로 고를 것인가를 놓고 집사람이 쉽게 결정을 못내리고 있더군요.
집사람에게 잠시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 함께 아파트 입구 노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가, 다고 슈트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비버리 다고(Beverly Dago) 아파트에도 다시 들러봅니다만 이번에도 유닛 구경은 못하고 리셉션 직원이 건네는 마케팅 담당자의 명함만 받아가지고 나왔네요. 유닛을 보여주고 거래하는 것은 리셉션 직원의 역할은 아니고 한국의 부동산 중개인과 같이 마케팅 담당 에이전트를 통해서만 가능한 모양이예요.
지난 6월초에 왔을 때 제가 근무하게 될 빠순단대학교(Universitas Pasundan, UNPAS)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그랜드 세티아부디(Grand Setiabudi) 아파트를 둘러본 적이 있는데 이 곳은 조금 낡은 아파트 인지라 집사람 맘에는 들지 않았던 곳이예요. 다고 슈트 아파트 마케팅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근처에 있는 다고 부티크 아파트도 낡고 오래된 아파트라기에 이 두 곳의 아파트는 모두 포기하기로 합니다. 마찬가지로 유닛의 크기가 작은 원룸형만 있다고 알려진 바로 옆 비버리 다고 아파트도 후보에서 제외시킵니다.
그냥 다고 슈트 아파트로 결정하자고 했건만 집사람은 바로 근처에 있는 갤러리 침불루잇(Galeri Cimbuleuit) 아파트가 지어진 지 얼마 안된 아파트라고 하면서 이 곳만 더 가보자고 하네요. 지도 상으로 보니 이 곳 다고 슈트 아파트에서 얼마 되지않은 것 같아 천천히 걸어 아파트를 찾아갑니다.도로상에 인도가 잘 갖추어지지 않고 오토바이나 차량으로 길을 막고 있는 곳이 많아 걸어다니기에는 많이 불편해 보이더군요. 어쨋건 20분 남짓 걸어서 갤러리 침불루잇 아파트에 도착해 몇군데 유닛을 둘러봅니다만 가격도 만만치가 않은 데다가 주변 환경도 썩 좋아보이지 않더군요.
갤러리 침불루잇 아파트를 둘러보고 난 뒤에 집사람은 다고 슈트 아파트로 맘을 굳힌 모양입니다.
다만 큰 평형이냐 아니면 작은 평형이냐 이 것은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구요.
이제 반둥에서 생활함에 있어서 한국 식료품을 수월하게 구할 수 있느냐를 놓고 얘기를 나눕니다.
마침 이 곳 갤러리 침불루잇 아파트에서 가까운 곳에 세띠아부디 슈퍼마켓이 있기에 찾아가 보기로 하나, 이미 이 곳 갤러리 침불루잇 아파트 입구에 많은 차량들로 정체되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기에 택시를 타거나 우버 승용차를 부른다는 건 어려울 것 같더군요. 그냥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합니다. 약 15분 정도 걸어서 세띠아부디 슈퍼마켓에 도착해 매장을 둘러보니 제법 규모가 크고 한국 식료품들은 별도로 마련된 코너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더군요. 이 정도면 반둥에서 1년간 살면서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을 재료나 소스를 구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을 거 같네요. 다만 가격이 한국보다 조금 비싸다는 것만 제외하구요.
세띠아부디 슈퍼마켓 바로 옆에는 씨티은행 ATM 기기가 설치되어 있다는 간판이 크게 걸려 있네요.
한국에서 챙겨온 국제현금카드를 넣어 현금을 인출합니다. 한 번에 최대 3백만 루피아(약 25만원)까지 인출 가능하며, 한번 인출에 수수료가 대략 1,500원 정도 들더군요. 당분간 현금이 많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3백만 루피아씩 두 번에 걸쳐 인출했네요.
오후 일찍 호텔을 나서서 지금까지 아파트들을 둘러보느라 시간을 보낸 탓에 허기가 찾아오더군요.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아침 뷔페 식사를 하고나서는 점심을 건너뛴 터라 이 곳 세띠아부디 슈퍼마켓 2층에 있는 KIOSK 푸드코트에서 로컬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요리 세 가지와 쥬스 두 잔을 주문해 저녁 식사를 마쳤는데 세금 포함 총액이 10만 루피아 정도 나오더군요.
한화로 약 8천 5백원 정도인데 로컬 음식의 가격이 이처럼 저렴하니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되더군요.
저녁 식사를 저렴하게 해결한 다음 스마트폰으로 우버 승용차를 불러 아리야두타 반둥 호텔로 이동합니다.
우버 회사에서 제공하는 프로모션이 있어 이를 적용받으니 요금이 2만 루피아(약 1천 7백원) 조금 더 나오더군요. 주말 늦은 오후라서 그런지 호텔까지 그리 멀지않은 거리이지만 심한 도로 정체로 인해 약 3~40분 정도 걸린거 같아요. 승용차 운전자에게 다소 미안한 느낌이 들어 인심 후하게 5만 루피아를 지불하고서는 잔돈 돌려받지 않고 쿨하게 내렸네요.
호텔 객실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다가 혼자 서울에서 대학다니느라 함께 오지못한 딸내미를 집사람이 벌써부터 걱정을 하기에 스카이프(Skype)로 화상 전화를 연결해 서로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게 해줬네요. 한국에서도 서울과 창원에 각각 떨어져 살고 있었던 터라 어찌 생각하면 서울과 반둥에 떨어져 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 드네요. 가끔 이렇게 화상 전화로 서로 얼굴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이 곳 반둥에서 특별히 딸내미 걱정을 더 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