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일 토요일, 남미 가족여행 17일차입니다.
어제 저녁 8시에 우유니를 출발한 야간 버스는 10시간 넘게 걸려 오전 6시 15분 경에 라파즈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합니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 마자 가족들 모두 화장실부터 다녀오게 되었어요. 화장실 이용료는 1인당 0.5볼입니다. 야간 버스 맨 뒤에 화장실이 있었지만 그 입구에 있는 좌석에 앉은 분이 화장실 문에 기대어 계속 잠을 자고 있었던 터라 화장실을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오늘 하루를 이 곳 라파즈에서 보내고 나면 이번 남미 여행은 끝이 나고 내일 이른 아침에 라파즈 국제공항을 떠나 산타크루즈를 경유해 미국의 마이애미까지 가는 비행기를 타고 귀가할 예정이다. 짧은 여행 일정으로 떠난 남미 여행인지라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만 같다.
아빠가 터미널 입구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는 환전소에 가서 오늘 하루동안 라파즈에서 사용하게 될 교통비와 식비와 쇼핑에 필요한 돈을 환전해 오신다. 환전율이 달러당 7.05볼인데 100달러를 바꾸셨다고 하네요.
화장실에 다녀오고 아빠가 환전을 해오시는 동안 버스 터미널 내 좌석에 앉아 휴식을 잠시 취한 후 버스 터미널 입구로 나가니 택시들이 몇 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장시간 야간 버스를 타고서 이 곳에 도착한 터라 호텔을 잡아서 휴식을 취하는게 급선무인지라 일단 샌프란시스코 광장으로 가서 그 근처에 있는 호텔을 둘러 보기로 하고 택시를 탑니다. 내일 새벽에 공항으로 가야하는 터라 가급적 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호텔을 잡기로 한 거지요.
샌프란시스코 광장까지 10볼을 주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가다가 아빠가 택시 기사에게 광장 주변에 좋은 호텔이 있는지 손짓과 몸짓으로 얘기하자 호텔 명함을 하나 건네 주신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미리 스페인어 공부를 좀 하고 올 걸 하는 생각이 드는 상황이예요. 아빠가 호텔 명함을 가리키며 "Good? Good?" 하면서 엄지척을 해보이니 택시 기사가 좋다는 뜻으로 "Si Si" 라고 대답하신다. 일단 호텔을 둘러보기로 하고 광장에서 2블럭 떨어진 곳에 있는 호텔 앞에 도착하고서 택시 기사에게 잠시 기다리고 있어달라 요청한다. 호텔이 맘에 안들면 다른 곳으로 바로 이동할 예정이거든요.
지금 시각이 아침 7시가 조금 안된 시각인데 다행히 이 곳 호텔에서는 조기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3인 가족이므로 싱글 베드가 세 개 있는 룸을 1인당 15달러씩해서 45달러를 달라는 거 아빠가 한 명은 어린이라 따로 침대가 필요없다고 우겨서 결국 30달러를 주고 퀸 사이즈 베드가 하나만 있는 룸에서 3인 가족이 하룻밤을 지내는 것으로 결정하게 되었어요.
아빠가 택시 기사에게 이 곳 호텔에서 묵겠다고 얘기한 뒤에 미리 약속한 택시비 10볼을 건네면서 내일 새벽 7시 50분에 미국 마이애미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니깐 새벽 5시에 호텔 입구에 와 줄 수 있냐고 하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하더군요. 여기서 공항까지 택시비는 50볼 달라는거 아빠가 깎아서 40볼을 주기로 했답니다. 며칠전에 묵었던 호텔 엘도라도 직원이 라파즈 시내 중심가에서 공항까지 택시비는 50볼을 주면 된다고 했기 때문에 아빠가 이 곳 호텔에서는 공항이 조금 더 가까우므로 10볼을 깎아달라고 한 거예요.
이제 홀가분한 상황에서 라파즈에서의 마지막 날을 즐기면 되는 상황이 된거다. 호텔 로비에서 우리 가족의 여행 가방을 306호(3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옮기는 걸 도와준 직원에게 아빠가 팁으로 2볼을 드렸어요. 오후 2시까지 호텔 룸에서 푹 쉬면서 잠도 자고 TV도 보고 PMP에 담아간 영화도 보면서 휴식을 취하다가 점심 식사도 할 겸 샌프란시스코 광장을 비롯한 라파즈 시내를 구경하러 호텔을 나선다.
샌프란시스코 광장과 그 주변을 잠시 둘러본 다음 광장 앞을 지나는 라파즈 중심 도로인 SANTA CRUZ 에비뉴를 건너 맞은편으로 구경을 나선다. 호텔에서 챙겨온 시티 투어 지도 상에 볼거리가 많은 것으로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라파즈가 해발 4,000미터에 가까운 고산 지대에 위치한 터라 언덕을 오르거나 많이 걸을 때면 숨이 가쁘지만 길거리 쇼핑을 하느라 힘든 줄을 모르겠더군요. 오후 4시 경에 근처에 있는 패스트 푸드 가게에 들어선다. 갈증도 나고 쉬고 싶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화장실에 가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곳 가게 손님들에게는 무료로 화장실 사용이 가능하더군요. 엄마가 드실 카푸치노랑 조각 케익 20볼, 제가 마실 12볼 짜리 초코 밀크쉐이크를 주문해 놓고 있는 동안 아빠는 가게 앞에서 팔고 계신 생오렌지 주스를 사가지고 오신다. 한 잔에 2.5볼인데 갈증이 많이 나셨는지 그 자리에서 한 잔을 드시고 한 잔 더 주문해서 들고 오신 거라네요. 가게에서 파는 아이스크림도 맛있어 보여 2.5볼 주고 하나 더 주문합니다.
패스트 푸드점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지도를 펼쳐 들고 인터넷 여행 카페에서 추천하는 악기 박물관의 위치를 찾아보는데 스페인어로 되어 있는 터라 어딘지 막막하다. 이 곳 근처에 있는 걸로 나오는 음악 관련 박물관이 그 곳인 것 같아 찾아갔는데 악기 박물관은 아니더군요. 아빠가 직원에게 바이올린 연주하고 피아노 치는 몸짓을 하니 두 블럭 정도 떨어진 악기 박물관을 알려주신다.
[볼리비아] 제14편 - 다양한 전통 악기들이 전시된 악기 박물관을 구경하다 편에서 계속...